만화 잡지 공모전에 당선되어 단편집과 다수의 단행본을 출간했습니다. 원주의 ‘패랭이꽃 그림책 버스’를 만나 그림책의 세계에 푹 빠져 있어요. ‘이상희 그림책 워크숍 전문가 과정’에서 그림책 공부를 했고, 현재는 아이들과 미술 놀이를 하며 즐거운 그림책 짓기를 하고 있습니다.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일러까지 한 치 앞을 모르는 위중한 상황에 놓여 있는 한반도 정세가 연상되는 그림책 늑대의 알! 진정한 화해와 지속 가능한 평화가 무엇인지, 그것을 얻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수고는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도저히 관계가 좋아질 수 없는 사이가 있죠.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신의 소중한 알을 훔쳐가서 먹어버리는 늑대 때문에 새들의 마을에서 병아리를 본 지가 언제인지도 모를 정도라면 용서하고 화해하기가 쉽지 않겠지요.
지금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중인 북미관계,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상황이 딱 그렇습니다. 진정한 화해가 얼마나 어려운지, 화해와 평화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시끄러운 것이 싫다고 잠잠히 있기만 바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잠잠함은 절대 평화가 아니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지요.
그림책에 나오는 늑대 씨에게는 알이 건강에 좋은 음식일 뿐이지만 새들에게는 곧 태어나야 할 자식입니다. 알은 새들에겐 생명과도 같은 것인데 늑대 씨는 제 것 마냥 맘대로 훔쳐가서 먹어버립니다. 파렴치한이 따로 없지요. 같은 알이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행동과 결과가 빚어지는 것입니다.
늑대 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알을 싹쓸이하러 새들의 보금자리를 헤집고 다니고, 새들은 늑대로부터 자기 알을 지키기 위해 늘 비상사태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까치 할아버지가 낸 꾀가 통했습니다. 엉뚱했지만 재치 있는 방법이었지요. 덕분에 늑대 씨는 아무 생각 없이 한 일로 새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았고, 식사 초대까지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따뜻한 식사자리에 마주 앉게 된 늑대 씨와 새들은 서로 이웃이 생긴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숙적 관계를 풀어준 것은 바로 알, 그러니까 새끼들이었어요. 관계 회복에는 이렇듯 매개가 필요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북 화해의 매개가 된 것처럼요. 평화란 이렇게 뜻하지 않은 순간에, 아주 우연한 계기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화해는 보란 듯이 예고하고 장담하고 수 싸움을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연히 보여준 선의였지만 진심 어린 감사와 먼저 내미는 손을 만나자 화해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화해한 뒤에도 계속해서 평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꼭 누군가의 수고가 뒤따른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되겠지요. 값진 것에는 늘 대가가 따르게 마련이니까요. 감수해야 할 일과 기다려야 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칫 잔인할 수도 있었던 이야기가 기막힌 반전으로 아주 코믹하고 유쾌해지는 늑대의 알은 진정한 화해와 지속 가능한 평화가 무엇인지, 그것을 얻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수고는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아차 김미옥 그림책 늑대의 알은 2017년 원주 문화재단 그림책 문화 활성화 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작가의 첫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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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누리과정 연계 : 사회관계_더불어 생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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