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아동문학평론』에 동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201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습니다. 동시집으로 『울 애기 예쁘지』, 『고양이걸 씨』, 『똥 밟아 봤어』, 그림책으로 『호랑나비와 달님』, 『도토리 쫑이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여름휴가』, 『가시연잎이 말했네』 등이 있습니다. 제12회 서덕출문학상, 제5회 어린이와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림책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홍익대학교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그림책 『비가 오는 날에』, 『달려』, 『달밤』을 지었고, 『가시연잎이 말했네』, 『우리 집에는 괴물이 우글우글』, 『호랑나비와 달님』, 『우리 몸의 구멍』, 『여름휴가』, 『누구게?』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작품 대부분이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일본, 중국, 대만, 멕시코 등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어 사랑받고 있습니다.
개구리가 풀잎 끝에 앉아 무언가 곰곰이 바라봅니다. 개구리 눈을 사로잡은 건 햇살이 부서지는 연못, 간들거리는 물풀 사이에 둥둥 떠 있는 커다란 가시연잎입니다. 가시연잎은 쟁반처럼 둥글고 개구리쯤은 수천 마리라도 거뜬히 태울 듯 커다랗고 위풍당당합니다. 저 가시연잎이 배라면, 그 배를 타고 연못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개구리는 용기를 내어 폴짝, “가시가 다치지 않게 사뿐히” 가시연잎에 내려앉습니다. 조심스레 내려앉는 개구리에게 가시연잎은 선뜻 제 품을 내어줍니다. 뾰족뾰족 가시가 돋아 이름조차 가시연이건만 가시연잎은 선선히 배가 되어줍니다. 그뿐인가요. 연못 한 바퀴로는 못내 아쉬운 개구리에게 말합니다. “우리 더 먼 곳으로 떠나 보지 않을래?”
시흥 관곡지나 부여 궁남지에 가면 호수 위에 커다란 초록 쟁반들이 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흔히 빅토리아 수련이라 불리는 가시연입니다. 잎이 유달리 크고 둥글고 평평한데다가 가장자리가 살짝 솟아 꼭 쟁반 같습니다. 매끄러운 수면 위에 위풍당당하게 떠 있는 초록 쟁반, 이 가시연잎을 모티프로 쓴 섬세한 동화시가 아름다운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연못을 떠나본 적 없는 개구리가 가시연잎 배를 타고 바다로 향합니다. 작은 개구리에게 세상은 너무 넓고 낯설고 설레고 두렵습니다. 하지만 가시연잎 배가 있으니 용기를 냈지요. 개구리를 태운 가시연잎 배는 하얀 혓바닥 날름대는 파도를 넘고, 가시를 탐내는 가시복어 떼를 지납니다. 드넓은 바다에서 무리를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픈 돌고래를 만나고, 가시연잎 배에 고단한 몸을 누이고 쉬고픈 가오리를 만나고, 컴컴한 바다 밑을 벗어나 환한 햇살 아래 일광욕을 하고픈 대왕문어를 만납니다.
숨 막히는 인간관계, 고단한 일상, 반복되는 하루하루에 지치기 쉬운 우리는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은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이지요. 낯선 세계와의 만남은 흥미로우나 두렵기도 해요. 개구리는 늘 걱정이 앞서고, 가시연잎 배는 늘 만나는 이 모두를 반겨요. 낯선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따뜻하게 호응해요. 개구리의 소망에 호응하여 배가 되었듯 여행길에 만난 이들을 감싸 안으며 제 품을 더욱 더 넓혀요.
여정 속에서 가시연잎 배는 조금씩, 조금씩 커집니다. 추상적인 관념을 눈에 보이게 만들어주는 것이 그림책의 매력이지요. 한 구비 한 구비 나아갈 때마다 가시연잎 배는 돌고래를 태울 수 있을 만큼, 가오리도 태울 수 있을 만큼, 대왕문어도 너끈히 태울 수 있을 만큼 커집니다. 여행은 우리를 성장시켜요. 가시연잎 배의 품을 넓히고, 마음 여린 개구리에게 용기를 심어 줍니다.
가시연잎 배는 통통통 너른 바다 위를 즐거이 떠돕니다. 돌고래는 빙글빙글 춤추고, 누워 쉬던 가오리는 지느러미를 펼쳐 날아오릅니다. 대왕문어는 다리마다 펼쳐 놓고 일광욕하고, 개구리는 벌렁 드러누워 하늘을 봅니다. 물결이 반짝이고 뭉게구름이 흘러가고 날치들이 새처럼 날아갑니다. 푸른 하늘 아래, 푸른 바다 위에 쟁반처럼 둥근 초록 배가 통통통 흘러갑니다. 나직한 목소리로 다정하게 읊조리는 글, 포근하고 섬세한 색연필 그림이 조화를 이룹니다. 표정과 몸짓이 살아 있는 캐릭터, 시시각각 변하는 아름다운 풍경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요.
왁자지껄 흥미진진한 사건은 없습니다. 그저 나란히 함께 앉아 서로의 시간을 보냈어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지요. 제각기 다른 사연을 안고 가시연잎 배에 오른 여행객들은 어느새 ‘우리’가 되었으니까요. 흰 구름은 분홍빛으로 물들고 해가 기웁니다. 저녁노을에 물든 하늘은, 바다는,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문득 개구리가 묻네요. “우리도 아름다울까?”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행복한 기억을 안고 다들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아름다운 바다를 한껏 즐기며 푹 쉬었고, 새로운 이들을 만나 교감했으며,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가졌어요. 일상으로 돌아가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었지요. 가시연잎이 말합니다. “연못이 그리웠어. 나는 연못에서 새로운 가시 키울래.” 가시복어에게 아낌없이 내어준 가시, 벗어버리자 갑옷을 벗은 듯 시원했던 가시를 이제 다시 키울 것입니다. 가시가 없다면 가시연잎이 아닐 테니까요.
개구리가 말합니다. “함께여서 좋았어.” 다른 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가시연잎 배, 다름을 존중하기에 편견 없이 환대하는 가시연잎 배는 우리에게 많은 기쁨과 깨달음을 안깁니다. 서로 같지 않아도, 특별히 무언가를 같이 하지 않아도,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어요. 가시연잎 배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우리가 부르면 언제든 통통통 노래하며 달려올 거예요. 가시연잎 배는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살고 있을 테니까요.
“연못에 커다란 쟁반 하나 떠 있었어요. 크고 멋진 가시연잎을 나는 처음 보았지요. 가시연잎은 마음에 오래 머물렀어요. 어느 날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시연잎 배와 떠난 길고도 짧은 여행에서 떠오른 것들이 있었어요. 사람들, 사물들, 시간과 장소들, 나는 살아오는 동안 무수한 것들과 함께였어요. 때로 몹시 어려울 때 그들이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는 것도 깨달았지요. 가시연잎이 넌지시 건네준 선물 같았어요. 혼자 나서기 두려웠던 길에서 선선히 손 내밀고 함께 걸어 준 모두에게 말하고 싶어요. 그대와 함께여서 참 좋았습니다.” - 장영복
“늦여름 연못에 햇살이 고즈넉합니다. 매끄러운 수면, 간들거리는 물풀들 사이에 널따란 가시연잎이 둥둥 떠 있습니다. “우리 먼 곳으로 떠나 보지 않을래?” 가시연잎이 넌지시 말을 건넵니다. 나는 ‘떠난다’는 설렘보다 ‘우리’라는 일체감에 의지해서 선뜻 가시연잎 배에 오릅니다. 여행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 여정을 그려 내는 일이 쉬운 건 아니었어요. 마음에 다가오고 머리에 떠오르는 많은 느낌과 생각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일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래도 함께해 주는 이들이 있어 긴 여정을 행복하게 마쳤지요.“ - 이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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