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이상한 생각에 빠져듭니다. 그 이상함을 재료 삼아 이야기를 만들고 다듬습니다. 작품으로는《브로콜리지만 사랑받고 싶어》《당근 먹는 사자 네오》《상어지느러미 여행사》 등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반짝이는 소원이 하나씩 있죠. 제 소원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탄생시키는 거예요. 그래서 털보 요정과 로이와 함께 열심히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이 기회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그런데 제 소원…… 이뤄진 거겠죠?!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고, 다양한 매체에 그림을 그리며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동안 카툰 에세이 『농부의 어떤 날』을 쓰고 그렸고, 그림책 『식혜』와 『매일 보리와』, 『시원한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느껴지는 안도감을 표현하기 위해 먼지 같은 작은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먼지에도 빛이 비쳐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들을 끄적끄적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그림 그리는 작업을 즐겨합니다. 느린 시간과 오래된 것들,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털보 요정을 만난다면 어떤 소원을 빌고 싶은가요? 코뿔소 로이는 아주 잠깐 고민을 하고는 덩치를 크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빕니다. 코뿔소의 세계에서는 덩치가 커야 인기가 많거든요.
털보 요정은 젤리 지팡이를 흔들며 소원을 들어줘요. 어어? 그런데 로이가 계속 자라나네요. 어느새 산도 집도 저 발아래에 있어요. 로이는 화가 났어요. 하지만 털보 요정은 당당합니다. 로이가 ‘얼마나’ 덩치를 크게 해 달라는지 말하지 않았거든요. 그 다음에도 로이는 계속 소원을 빌지만, 소원이 이루어질수록 계속 화가 납니다. 인기가 많아지게 해 달랬더니, 개미에게 인기가 많아지고, 이웃집 이나가 자기를 좋아하게 해 달라고 했더니 이나가 마치 엄마처럼 로이를 챙기기 시작하죠. 이제 마지막 소원만 남았어요. 로이의 진짜 소원은 뭘까요? 과연 마지막 소원은 제대로 빌 수 있을까요?
책 속에서 로이는 자꾸만 중요한 말을 빼고 말합니다. 소원을 빌며 ‘누가’ 자기를 좋아하게 해 달라는 건지, ‘얼마나’ 크게 해 달라는 건지도 빼고 말하지요. 털보 요정은 로이에게 “누가 좋아하게 해 달라는 거야?” “얼마나 크게 해 달라는 거야?” 하고 되묻지 않고, 로이의 소원을 마음대로 해석합니다. 그래서 로이는 개미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고, 산보다 더 커지게 되지요.
아이들도 종종 이런 실수를 합니다. 특히 무언가 요구할 때 중요한 단어를 빼먹고, 로이처럼 못 알아듣는 사람을 탓하며 도리어 화를 내기도 하지요. 이런 아이들에게 “똑바로 말해야지.” “정확하게 말해야지.” 하고 잔소리하기보다, 이 책을 읽어 주면 어떨까요? 로이와 털보 요정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정확하게 말해야 하는구나.” 하고 깨닫게 될 거예요.
다정하고 재밌는 캐릭터를 그려내는 민승지 작가가 이번에는 코뿔소와 털보 요정, 와글와글한 개미의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털보 요정은 핑크색 머리띠와 화려한 치마를 뽐내고, 젤리 지팡이를 흔들 때마다 자신 있게 뱃살을 보입니다. 책에는 개미의 이야기도 숨어 있습니다. 코뿔소 로이를 따라가며 한 번 읽은 다음에는 개미를 따라가며 한 번 더 책을 읽어 보세요. 수십 마리의 개미들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낼까요?
1. 누리과정 연계 : 의사소통_듣기와 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