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오르거나 고양이를 쫓아다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썼습니다. 스페인 그라나다대학교에서 회화를, 세비야에서 디자인과 조각을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중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조형 예술을 가르치며 어린이책을 쓰고 그립니다. 작품으로는 ≪나의 정글≫, ≪생각 중≫ 등이 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와 스페인어를 공부했다. 어린이 책을 만들고 외국의 좋은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한다. 작은 세계를 잘 살피며 걷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한다. 옮긴 책으로는 『호랑이는 왜 동물원을 나왔을까?』, 『시몬의 꿈』, 『떨어질 수 없어』, 『할아버지의 코트』,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여성이 미래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여름』, 『엉뚱한 질문으로 배우는 인체의 수수께끼』, 『엉뚱한 질문으로 배우는 공룡의 수수께끼』, 『오싹오싹 공포 세계사』, 『밀리의 특별한 모자』, 『아델과 사이먼』, 『소니아 들로네』, 『모두 짝이 있어요』, 『카피바라가 왔어요』 등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거예요. 외출하고 돌아오니 온 집 안이 쑥대밭이 되어있는 비극! 『혼날까 봐 그랬어』의 할머니 역시 이 상황을 목격하고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집에 있던 사람은 아이뿐이었으니 분명 그녀의 소행이겠죠. 그래도 할머니는 아이가 직접 말해주길 바라며 어찌 된 일인지 묻지만, 아이는 영 엉뚱한 거짓말을 합니다. 처음엔 고양이가 들어왔다더니, 친구가 집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하고, 중간에는 할머니에게 원피스가 잘 어울린다며 아첨하더니, 급기야 자기 팔에서 손이 떨어져 나가 제멋대로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이렇게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거짓말이 각양각색의 모습을 한 채 자꾸자꾸 집으로 들어옵니다. 어느새 집은 갖가지 거짓말로 가득 차고 마는데….
아이가 거짓말을 하면, 우리는 “어떻게 거짓말을 멈추게 할까?”를 제일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혼날까 봐 그랬어』는 “아이는 왜 거짓말을 할까?”에 주목합니다. 사람은 불편한 상황이 생겼을 때 이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합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두려움 없이 자기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상황과 조건이 제공되어야 비로소 솔직해질 수 있습니다. 『혼날까 봐 그랬어』의 주인공은 본인이 집을 어질러 놓지 않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해도 할머니가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진실을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 대신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새로운 거짓말을 소환했던 것이죠. 『혼날까 봐 그랬어』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그림책입니다. 주인공에게 필요했던 것 역시,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든든한 어른 아니었을까요?
『혼날까 봐 그랬어』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지금까지 텍스트나 비유로 표현되던 ‘아이들의 거짓말’이 캐릭터가 되어 상상 밖으로 튀어나왔다는 점입니다. 아이의 심리를 눈으로 직접 보여주는 거죠. 아이가 새로운 거짓말 레퍼토리를 생각해낼 때마다, 그 거짓말들이 실체가 되어 집으로 들어옵니다. 어떤 거짓말은 작고, 어떤 거짓말은 비겁하고, 어떤 거짓말은 냄새를 풍깁니다. 타인의 기분을 좋게 하는 하얀 거짓말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거짓말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체구의 거짓말이 등장합니다. 작가인 나넨은 궁지에 몰렸을 때 온갖 상상력을 발휘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황당무계한 ‘거짓말’을 유머 넘치는 캐릭터로 구현했습니다. 아이를 꾸짖으려는 할머니와 갖가지 거짓말을 등에 업은 채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어린이의 상황이 명확하게 대조되어 우리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아이가 어이없는 거짓말을 이어 나가다 못해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거짓말’까지 등장시키자, 할머니 역시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평소 우리가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만, 그 순간 우리는 발견하게 됩니다. 할머니의 등 뒤에 서 있는, 아이의 거짓말 못지않게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또 하나의 거짓말’을….
우리는 이 책에서 아이들에게는 항상 무엇이든 사실대로 말하라고 종용하면서, 또 다른 거짓말로 압력을 가하는 어른들의 습성을 보게 됩니다. 어른들이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말이, 때로는 어린이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침묵하게 만든다는 걸 늘 잊지 않아야 합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는 통쾌함을, 어른들에게는 뜨끔함을 느끼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1. 누리과정 연계 : 사회관계_나를 알고 존중하기
2. 누리과정 연계 : 사회관계_더불어 생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