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한 뒤 어린이책을 쓰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하고 덤벙대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날마다 새롭게 도전하는 진짜 일 학년들에게 큰 소리로 응원가를 불러 주고 싶습니다. 그 동안 『나랑 밥 먹을 사람』, 『화내기 싫어』, 『삼총사가 나가신다』 같은 동화책과, 『진짜 일 학년 책가방을 지켜라!』, 『지렁이 할아버지』, , 『코딱지 할아버지』, 『밤을 지키는 사람들』를 비롯하여 여러 그림책을 썼습니다.
제인 구달에게 막 사랑을 시작한 손녀가 있다면, 그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우리 할머니, 제인』은 그런 호기심에서 시작되었어요. 그리고 제인이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무정한 연인 같았을 침팬지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오히려 몇 걸음 물러나 기다렸다는 걸 알았어요. 사랑에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런 제인이라면 사랑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까 상상하며 이 그림책을 썼어요.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했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과 2017년에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고, 나미 콩쿠르 은상(2015, 2017), BIB 황금패상(2015), BIB 황금사과상(2021)을 받았다. 그림책 『플라스틱 섬』, 『10초』, 『내일은 맑겠습니다』, 『휴가』, 『꽃』을 쓰고 그렸으며, 『물개 할망』, 『모두 다 꽃이야』, 『신통방통 홈쇼핑』, 『시원탕 옆 기억사진관』, 『코딱지 할아버지』, 『우리 동네 택견 사부』,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라면』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작업실을 오가며 만나는 고양이들에게 무탈한 하루를 선물합니다."
우리 할아버지는 코딱지 할아버지다. 콧구멍이 커서 코딱지도 엄청나게 나온다. 우리 할아버지는 코딱지 멀리 튕기기 검은 띠다. 엄지와 검지로 코딱지를 돌돌 말아서 톡 튕기면 휘익 날아간다. 할아버지는 그 비법을 나한테만 알려 줬다. 우리는 둘만 아는 비밀이 진짜 많다. 진짜 좋아하는 사이라서 그렇다. 할아버지가 멀리멀리 떠나기 전에 나한테만 알려 준 비밀이 하나 더 있다. 내가 할아버지 새 이빨이라는 거. 할아버지가 세상에 남겨 둔, 할아버지를 쏙 빼닮은 새 이빨이라는 거…….
민이네 할아버지는 코 파기 대장입니다. 콧구멍이 커서 코딱지도 엄청나게 나오지요. 민이는 할아버지의 커다란 콧구멍과 엄청난 코딱지가 부럽기만 합니다. 엄지와 검지로 코딱지를 돌돌 말아 톡 튕기는 모습도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습니다. 코딱지 멀리 튕기기도 태권도처럼 띠를 준다면 검은 띠도 너끈히 따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는 그 비법을 아무도 몰래 민이에게만 알려 주었습니다. 할아버지와 민이는 둘만 아는 비밀이 진짜 많습니다. 진짜 좋아하는 사이라서 그렇지요.
그런데 민이에게 코 파는 것도 잊어버릴 만큼 좋아하는 게 생겼습니다. 바로 흔들리는 앞니입니다. 혀로 쓱 밀어도 흔들흔들, 손가락으로 슬쩍 건드려도 까딱까딱…… 민이의 마음은 온통 앞니에 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간식도 다 마다할 만큼 말이지요. 껌이나 과자, 떡 따위를 먹다가 앞니가 홀랑 빠져 버리면 큰일이니까요.
하지만 엄마는 민이의 앞니를 보자마자 곧 빼야겠다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합니다. 할아버지라면 진짜 좋아하는 것과 언제까지나 헤어지지 않는 법을 알 것도 같은데, 요즘은 통 얼굴을 볼 수가 없습니다. 너무 바빠서 민이를 보러 올 틈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민이는 엄마 아빠 손에 이끌려 할아버지를 만나러 갑니다. 할아버지는 왕콧구멍에 고무관을, 손등에는 주삿바늘을 꽂은 채 병원 침대에 힘없이 누워 계십니다. 저래서는 코를 팔 수도 코딱지를 돌돌 말아 튕길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민이는 할아버지의 기운을 북돋워 주기로 합니다. “내 이빨 한번 흔들어 볼래? 그 대신 딱 한 번만이야.”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손을 갖다 대자마자 그만 앞니가 쑥 빠져 버립니다. 애써 미뤄 왔던 이 이별 뒤에는 애써 외면했던 또 다른 이별이 기다리고 있지요. 민이는 진짜 좋아하는 것들과의 이별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신순재 작가는 여러 해 전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이 글을 썼습니다. 어린 딸이 할아버지와 좀 더 많은 것들을 공유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담아 쓴 글이었지요. 어린 손녀와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는 할아버지를 그린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 글로 가장 큰 위로를 받는 사람은 다름 아닌 작가 자신이었다고 합니다.
어느 누구도 사랑하는 이들과의 영원한 이별을 피해 갈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이별 뒤의 삶을 견디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신순재 작가에게는 어린 딸 안에, 그리고 자신 안에 남은 아버지의 흔적이었던 모양입니다. 어린 딸이, 그리고 자신이 그 흔적을 품은 채 뚜벅뚜벅 살아 내는 것이야말로 떠난 이에 대한 최고의 공양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나아가 앞으로도 수많은 이별을 겪으며 어른이 되어 갈 어린 딸과 독자들에게 그런 이별 또한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라고 귀띔해 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젖니가 빠지고 간니가 돋듯 그런 이별을 딛고 더 단단하게 성장해 가기를, 그리고 이 유한한 삶의 매순간을 충실히 살아가기를 빌어 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말처럼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이 어제 죽어 간 이들이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말이지요.
이명애 작가가 이 책을 노랑으로 가득 채운 까닭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싶습니다. 이 책의 노랑은 길건 짧건 저마다의 한 생을 충실히 살아 낸 이들의 어제를 기리는 색이자, 그 위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꽃으로 피어날 아이들의 내일을 축복하는 색입니다. 그사이에 이별이라는 겨울이 잠시 끼어들지라도 봄은 또 어김없이 찾아올 테니까요. 두 작가가 따로 또 같이 여러 해를 품어 온 이 책이 이별이라는 힘든 겨울을 지나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 주기를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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